체온 38.5도, 폭염 열탈진 증상을 겪고 스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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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도가 알려준 삶의 온도, 폭염 열탈진 증상을 겪고 스친 생각들(핏토리즈 일기)

Last Updated on 2026년 08월 24일 by 핏토리즈

2026년 8월 24일 바로 오늘, 유난히 강한 햇볕 아래 엄청난 습도와 끈적이는 공기가 숨이 턱턱 막히게 하는 날의 오후였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볕은 얇은 옷을 뚫고 피부를 따갑게 찌르는 듯했고, 발을 딛고 선 바닥에서는 아지랑이와 함께 뜨거운 열기가 쉴 새 없이 훅훅 밀려 올라오는 날이었다. 야외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이리저리 움직여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발걸음이 물먹은 솜이나 진흙탕에 빠진 것처럼 한없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날씨가 너무 더워서 평소보다 조금 더 지쳤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폭염 열탈진 증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전해질 .이미지: 물 한잔과 전해질 스틱 두개가 놓여진 나무 테이블
물 한 잔 옆의 전해질 스틱[ai생성]

하지만 이내 속이 몹시 매스껍고 울렁거리기 시작하면서, 마치 튀김 기름 한 덩어리를 씹지도 않고 그냥 꿀떡 삼킨 것처럼, 명치끝이 기분 나쁘게 니글거리기 시작했다. 눈앞의 풍경이 미세하게 일렁이고 핑 도는 어지러움에 더는 서 있기가 힘들었다. 간신히 주변을 두리번거려 인적이 드문 좁은 그늘을 찾아 몸을 피하고,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가방에 있던 작은 체온계를 꺼내어 재보았더니, 화면에 찍힌 숫자는 무려 38도였다. 평소 나의 평균 체온보다 고작 1.5도 남짓 올랐을 뿐인데, 내 몸이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고통의 무게는 상상 이상으로 버겁게 느껴진다. 그깟 1.5도의 상승 앞에 묵묵히 버텨오던 단단한 일상이 이토록 맥없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에 조금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서늘한 그늘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멍하니 거친 숨을 고르며 생각해 보았다. 폭염 속에 오래 있어서 더위를 먹은 것인데, 왜 하필 머리가 아프거나 피부가 뜨거운 것을 넘어 위장부터 이렇게 심하게 고장이 나버린 걸까?…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몸을 조금 추스르고 나서 찬찬히 찾아보니, 참 신기하게도 그것은 내 몸이 살기 위해 벌인 아주 치열하고도 고단한 방어 작전의 결과였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폭염 속에서 체온이 38도를 넘어가게 되면, 몸은 어떻게든 생존을 위해 열을 밖으로 빼내려고 혈류를 피부 표면으로 집중시킨다고 한다. 피부 쪽으로 열을 식히는 데 온 에너지를 쏟다 보니 자연스럽게 위와 장으로 가야 할 피가 턱없이 부족해지고, 결국 소화 기관이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것이다. 기름을 들이마신 것처럼 속이 니글거렸던 건, 나의 위장이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으니 제발 멈춰서 쉬어 달라고 온몸으로 보내는 뚜렷한 폭염 열탈진 증상이었던 셈인 것이었다. 만약 그 아득했던 순간에 그저 덥다는 이유만으로 억지로 차가운 생수를 단숨에 마셔버리거나 무언가를 입으로 밀어 넣었다면, 완전히 멈춰버린 위장에 돌덩이를 얹는 격이 되어 상황이 훨씬 나빠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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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이라는 게 참으로 정직하면서도 한없이 연약하다는 생각이 스친다. 우리는 늘 당연하게 유지되던 36.5도라는 좁고 익숙한 울타리 안에서는 세상의 모든 풍파를 다 이겨낼 수 있을 것처럼 굴다가도, 그 경계가 조금만 틀어지면 어김없이 몸 곳곳에 붉은 경고등을 켜고는 하니까. 딸랑 1.5도. 일기예보를 볼 때는 그저 코웃음을 치며 넘길 법한 그 미미한 숫자가, 내 몸 안에서는 삶의 균형을 뒤흔드는 아득하고 험난한 경계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의 몸 속에서 요란하게 사이렌이 울렸던 오늘의 38도를 겪고 난 후, 나는 내 몸이 조용히 보내는 아주 작은 신호와 불편함에도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의사항 한 줄이 머리에 각인 되었다. 무심코 물 한 모금을 마시더라도, 그저 당장의 갈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온도를 다독이고 어루만지는 조심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내일 다시 뙤약볕 아래를 걸어야 할 때는 차가운 얼음물 대신,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을 가장 편안하게 채워준다는 전해질 스틱 2개 정도를 잊지 않고 챙겨 나가리라. 아무 일 없이 그저 고요하게 흘러가는 평범한 36.5도의 하루가, 오늘따라 유난히 고맙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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